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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31 패배자만이 고통을 겪으며, 행복한 삶은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는다고?
카테고리 없음2010. 3. 31. 15:56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Bell hooks Where we stand : Class matters
  벨 훅스
저 / 이경아 역
  모티브 북



  벨 훅스의 이 책은 중요한 메시지(부자들은 경제적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무제한적인 성장과 발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사고와 존재 방식이 만들어낸 계획적 노후화planned obsolescence가 주축이 된 낭비 문화는 부자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중산층, 노동 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의 계급 파워를 심각하게 파괴했다. 갖고 싶으면 사고, 쓰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행위는 무산 계급의 사람들이 한정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인생을 피폐하고 비생산적으로 만드는 최악의 방법이다. 이런 사람들은 부자들은 사고 싶은 것을 다 사면서 사는 줄 생각하지만(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 대니까) 부자들이 부를 활용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는 것이다.)를 담고 있지만, 중간 부분부터는 동어반복적이며 대안은 빈약한 감이 있다. 그리고 많은 책들이 저지르는 것과 같은, 날카로운 문제제기와 빈약한 대안 제시라는 문제점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으면 '날카로운 문제제기'가 남는다. 분명히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의 명확한 포인트를 짚고 있으며 시의 적절하다. 그러니 상속세를 폐지 혹은 대폭 축소하며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는 정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읽을 필요성이 있다.

  90년대에 막가파는 오렌지족을 죽였지만 2000년대의 증오범죄는 부자를 죽이지 않으며,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이들을 죽인다.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개인의 정신병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물론 그의 피해의식은 심각한 수준이지만). 그렇다면 다시 터질 범죄에 대해서 대비할만한 건덕지가 없다.

  결국 책장을 덮고나면 '제대로 보자'는 결론이 남는다.
  가장 먼저, 자신이 속한 계급을 명확히 응시해야한다. 이미지의 허울이나 잘 될거라는 막연한 믿음들이 그것을 막는다. 분노하지 않고, 직시할 것. 그리고 합리적으로 싸울 것. 합리적으로 싸우는 것의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자신의 계층을 명확히 대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할 것이 있다. 더불어, 파이를 키우고 국가 전체가 발전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으로 100%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겠지. 여전히 많은 매체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삼성 회장이 풀려나야 나의 삶이 윤택해지는 건 아닌데, 그렇게 오인하도록 만든다.
  미디어에게 지배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길 가다가 계단에서 구를뻔한 일을 계기로 길에서는 책을 보지 않는다. 대신 길을 걸을 때는 아이팟으로 E-book 다운 받은 걸 듣는데, 한참 진 웹스터의 Dear Enemy(국내엔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를 듣고 있다. 샐리의 편지글로 이루어진 이 내용은, 전작에서 저비스 펜들턴과의 결혼에 성공한 주디가 샐리에게 존 글리어 고아원을 맡긴 후 이루어지는 내용이다.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 고아원에서 일어난 변화와 저비스의 지원 같은, 어찌 보면 꿈같은 이야기와 그 세계를 좋아했었다. 아이스크림을 접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과 후식이 주어지고 스스로의 옷을 얻고, 사회로 편입되어 가는 과정들. 저비스 펜들턴이 보내주는 것들이라던가, 가족에게 부탁하면 고아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생기는 부분이라던가.
  초고도비만인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하고 그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Biggest Loser를 보면서 느끼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러니까, 어떤 과정을 거친 후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이들을 보며 응원하게 되고 그 기쁨에 공명하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감상도 그랬다. 나도 돈을 벌면 샐리와 같은(혹은 주디나 저비스와 같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현실에서 이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내가 저비스만한 갑부가 될 수 없는 걸 깨달은 것도 있고(주디처럼 그런 배우자를 만날 것 같지도 않다). 또 다른 하나는 복지 예산을 깎으면 '가난하고 게으른 사람이 우리가 받을 몫을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의 벽이 생각보다 더 높다는 걸 깨달았거든. 서민들이 무너지면 중산층이 무너지고, 이 후에는 결국 모두가 망한다는 것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민들은 게으르고 멍청한 게 아니라 구조에 희생되었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부자들은 경제적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무제한적인 성장과 발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사고와 존재 방식이 만들어낸 계획적 노후화planned obsolescence가 주축이 된 낭비 문화는 부자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중산층, 노동 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의 계급 파워를 심각하게 파괴했다. 갖고 싶으면 사고, 쓰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행위는 무산 계급의 사람들이 한정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인생을 피폐하고 비생산적으로 만드는 최악의 방법이다. 이런 사람들은 부자들은 사고 싶은 것을 다 사면서 사는 줄 생각하지만(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 대니까) 부자들이 부를 활용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경제적 기술조차 가난한 이들과 나누지 않는다. 게다가 특권 계급의 입장에서 끊임없는 소비를 조장하는 문화를 생산하기 위해 온갖 형태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계급적 특권이 없는 사람들이 부자들과 같은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그들처럼 부와 권력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부자들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동조하면서 스스로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언론은 무산 계급에게 부자처럼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교육용 도구 역할을 수행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볼 때, 언론의 유혹 때문에 전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지배 계급의 생각과 가치관을 흡수하게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서 부자들을 도와 부자들의 계급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벨 훅스-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Bell hooks Where we stand : Class matters, 벨 훅스, 106, 107쪽)


  요즘 젊은이들은 인종 차별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 하면서 정작 정치적 활동에 참여해 자신이나 사회를 변화시켜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고통과 적대적 태도에도 맞설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패배자만이 고통을 겪으며 행복한 삶은 아무런 어려움도 겪지 않는 삶이라는 언론의 속삭임을 들으며 자랐다. 평화와 행복은 철저한 개인주의를 통해, 자신의 욕구가 충족될 때 실현될 수 있다고 배우며 자랐다. 병적인 나르시시즘이 유행인 세상에서 어떻게 인종 차별주의나 다양한 형태의 압제에 도전할 수 있는 집단적인 노력을 조직해 나갈 수 있겠는가? 환상 속에서는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속삭이는 세상에서 저항 의지는 약해질 수 밖에 없다. (112,113쪽)


  착각에 빠진 젊은이에게 계급, 한정된 자원, 부의 고갈, 끝없는 착취에 속박되어 있는 현실을 억지로 보여주면 분노로 가득 차 결국 분노에 중독되어 버린다. 죽음, 자해나 또래에 대한 폭력만이 그들의 탈출구이다. 그들은 억압자들을 죽일 수 없다. 누가 억압자들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계급 정치학이니 자본주의니 하는 것도 모른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돈이 없다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뿐이다.(121쪽)




Posted by 이카리아